1997년 출간된 ‘데이터 스모그(Data Smog)’의 저자 데이비드 쉔크(David Shenk)에 의하면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오염원(汚染源)으로써 기능한다. 불필요한 정보들이 지나치게 많이 유포되는 통에 마치 대기오염의 주범인 스모그처럼 정보는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우리는 사방팔방에서 침투해 오는 정보에 속수무책으로 오염당하고 있다. 정보의 과잉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자극의 과부하로 인해 각종 스트레스 증상을 겪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과연 의미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가치 없는 정보에 오죽 시달렸으면 혹자는 인터넷의 바다는 쓰레기의 바다라는 일갈까지 남겼겠는가.
그래서 데이비드 쉔크는 정보에 ‘소모’ 당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보 단식(data-fasts)으로 개인 시스템을 정화하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날뛰는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보만을 선별하고 나머지는 차단하는 여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 디톡스 요법을 실시해야 현대인들은 정보과다에서 비롯된 정보피로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문맹(文盲)의 정의가 ‘책을 읽지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발간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화했다는 말에 경악하는 사람이라면 쉔크의 정보 디톡스 요법에 관심이 갈 것이고,나날이 가중되는 막중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근심하는 도서관 사서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쉔크의 말에 또한 동의할 것이며,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내세우려면 일단 책을 쓰고 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누구의 말에 불쾌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면 역시 쉔크의 주장에 찬성할 것이다.
‘과유불급’은 정보에도 해당되는 명언이다.
지나친 정보는 독이므로 반드시 제독이 필요하다.
“과잉 정보는 독(毒)이다”라는 쉔크의 말을 저승의 프랜시스 베이컨이 들었다면 펄쩍 뛰었을지도 모른다.
“지식은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유명한 말을 앞세우며 지식의 복음을 전파하던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지식은 이성의 산 증인으로서 추앙받아야 마땅했으며,활발한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문명화의 활력소로 존중될 일이었다.
하지만 정보에 ‘접근’한다고 해서 지성이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와 가치는 별개다.
정보가 깊이 있는 혜안과 예리한 비판력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안다’는 것은 좋지만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스모그’ 안에서 쉔크는 정보(information)와 이해(understanding)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많은 정보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Midas) 왕은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전부 황금으로 변하기를 소망하였다. 그런데 신이 그 소망을 실현시켜 주자 이제는 손에 닿는 것마다 죄다 황금으로 변하는 통에 식사도 할 수 없고 가족과 포옹할 수도 없는 우스운 모습이 되어 버린다.
‘지식은 힘’이라는 신념 속에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갈구했던 선대의 기원에 따라 현대인들은 정보의 풍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모양새를 살피면 정보화 시대의 미다스(Information Midas)처럼 손에 닿는 것이 모두 정보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정보의 가치는 증발해 버리는지도 모른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현대인들에게 정작 부족한 것은 ‘의미’이다.
책상 위의 블랙 홀이라는 악평을 듣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삶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의미로의 회귀를 위해서는 데이터 스모그를 탈출해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고 인생과 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엘리 노암이 말한 대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더할 수 있다. 지금의 어려운 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하면 ‘감소’시키느냐이다.”
데이비드 쉔크는 ‘데이터 스모그’의 서문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조용한 방에서 책의 첫 부분부터 찬찬히 읽어주기를 독자들에게 바란다고 하였다.
저자가 바란 대로 조용한 방에서 ‘데이터 스모그’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삶에 대한 분별력과 통제력을 보유하는 길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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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스모그 제1법칙]한때 연어처럼 귀하고 소중하던 정보가 감자처럼 흔하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엘빈토플러가 주장한 제3의 물결.즉 정보화사회는 1950년경부터 시작된다.그 무렵가지의 정보는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능을 제공해주고 사회구성원과의 바른 커뮤니케이션은 사회갈등을 억제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등 귀중하고 소중한 재화의 가치를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간이 처리할수 있는 이상의 정보가 솓아져 나왔고 결국 정보는 인간사회를 파묻어버릴 쓰레기의 존재까지 겸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수많은 정보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결국 도시스트레스에 싸이게 되고 “주의력결핍증”이라는 문화적 증후군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데이터스모그 제2법칙]실리콘회로는 인간유전자 보다 더 빨리 진화한다. 정보의 생산, 처리면에서 볼때 실리콘회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이를 처리하는 인간의 뇌의 능력은 그렇게 발전 하지 못했다. 결국 쏟아지는 양이 많아 질수록 하나의 정보를 기억할수 있는 확률도 적어지게 되고 그결과 인간의 삶을 오히려 저하시킨다.
[데이터스모그 제3법칙]컴퓨터는 인간이 아니며 인간적이지도 않다. 컴퓨터에 대한 맹신은 ‘기술유토피아’,즉 컴퓨터가 모든것을 해결하리라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진법에 의해 운영되는 기계덩어리로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능력을 따라가진 못한다. 기술유토피아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바로 얼마전의 Y2K 사건이다. ‘만능’이라는 맹신은 단지 숫자 2개의 인식여부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고 모든것을 컴퓨터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해주었다.
[데이터스모그 제4법칙]모든 교실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은 모든 가정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 컴퓨터는 정보에 도달하게 해주는 장치일뿐 학습능력을 끌어 올려주는 선생님이 아니다. 학습프로그램의 교육성을 완전 무시할수는 없지만 컴퓨터가 교육혁신을 이뤄줄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교육은 정보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쏟아지는 정보를 비판, 판단할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스모그 제5법칙]기업들이 판매하는 것은 정보기술이 아니라 정보갈망이다. 소비자와 사회는 업그레이드 함정에 빠지고 있다.기업은 업그레이드 할것을 미리 계획하고 상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시대에 뒤떨어지기 싫다는 ‘갈망’을 불러일으키게하고 결국 소비자는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도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그만큼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고 또한 중요한것은 업그레이드가 무조건적으로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스모그 제6법칙] 전문가들이 너무 많으면 명료성을 잃게 된다. 정보화 사회에서 쏟아지는 자료를 가지고 하는 통계나 연구는 여러방향에서 증명하려 하기 떄문에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조작될 위험이 있다. 수많은 데이타들은 끝없는 분석을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결단을 못내리게 되면 사회적 마비현상이 오기도 한다.
[데이터스모그 제7법칙]모든 자극적인 정보들은 타임스스퀘어로 인도된다. 수업이 많은 정보들은 정보를 접하는 사람에게 선택되기를 원하게 되고 그 사람의 시선을 글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편집된다. 정보들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가로, 세로 각각 2인치, 4인치되는 몽둥이로 내려쳐야 한다는 2*4효과에 빠지게 되고 그러한 선정, 자극적인 문화들은 결국 문화를 천박하게 만들어버린다.
[데이터스모그 제8법칙]비슷한 깃털을 가진 새들은 가상현실속에서도 함께 어울린다. 과거 몇개밖에 없던 신문, 잡지가 취미별, 작업별등으로 수없이 늘어난 것처럼 사람들은 수많아진 옵션들중 자기자 좋아하고 관심있는 자료에만 신경쓰게 되고 그러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렇게 세분화된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동통된 담론에 도달하는 일이 감소하여 사회통합이나 전체이해면에서 떨어지게 된다.
[데이터스모그 제9법칙]전자시청은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좋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신경쓰지 않는 다는 비판과 달리 사실 정부는 거의 모든 분야와 문제에서 국민들의 여론과 의견에 귀를 귀울이지만 사실 문제의 성격, 관련용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문제를 풀기위한 선택의지조차 없는 시민들에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데이터스모그 제10법칙]미국의 주요신용기관이 모든것을 보고 있다. 신용기관들은 엄청난 양의 소비자들에 대한 신상명세,소득수준,소비취향등을 파악,수집해 놓았고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마케팅전력을 세우고 상품을 팔고 있어서 사생활침해의 우려가 있다.
[데이터스모그 제11법칙]복잡성을 해소 시키는 이야기들을 경계하라. 정보는 각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작, 창조될 수 있으며 정보화사회의 특성상 이런 이야기들의 파급효과는 엄청나고 또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스모그 제12법칙]정보고속도로의 모든길은 저널리스트를 우회한다. 많은 뉴스와 데이타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일수도 있고 또한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많은 양이므로 이를 선별하고 분석한후 필요한 뉴스만을 얻고 공유된 이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스모그 제13법칙]사이버공간은 공화당적이다. ‘정보는 자유롭다’는 네티즌들의 외침처럼 ‘자유’라는 네트, 사이버공간의 기치아래 사람들은 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공화당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또한 이렇게 자유주의적이 되고 무정부적인 상태가 되면 ‘복지’라는 개념이 사라져버려 오히려 부유한 기득권층의 세력유지에 도움이 된다.